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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적대화를 위한 얕고 넓은 지식 1,2권 -채사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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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적대화를 위한 얕고 넓은 지식 1,2권 -채사장

글로벌한량 2017. 1. 11. 17:51

어느덧 해는 넘어갔는데 블로깅은 거의 3개월간 중지되었던 듯 하다. 졸업과제는 무사히 잘 끝났고 (A+와 함께!!) 학부생으로서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아 현재는 연구실 출근을 생활화 하려고 노력중이다. 매일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던 생활리듬을 다시 조정하는데 꽤나 애를 먹고있긴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겠지.. 출근이 곧 공부라는 생각으로 매일 나와야겠다. 사실 말이 출근이지 여기 와도 별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COURSERA의 강의를 듣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작년 초 처럼 활기차게 또 한 해를 시작해 봐야겠다.

블로깅을 쉬는 동안 사놓고는 반도 안읽고 책장에 쳐박아둔 책만 3~4권인 것 같다. 다행히 그 중 흥미를 가지고 완독할 수 있었던 <지적대화를 위한 얕고 넓은 지식>, 지대넓얕의 독후감을 한번 적어보려 한다.


지대넓얕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다룬 제 1권과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를 다룬 제 2권으로 구성된다.

  • 제 1권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 현실편
  • 제 2권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 현실 너머 편

저자 채사장이라는 사람은 팟캐스트에서 이미 지대넓얕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방송하며 꽤나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책 앞부분의 저자소개에는 채사장이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무수한 책을 읽고 많은 지식을 습득했으며, 그 지식들을 알기 쉽고 간략하게 풀이하여 전달하려 했다고 적혀있었다. 대화 속 지적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어느정도의 지적 능력을 보유해야하는데, 그 기초 지식을 습득하기에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은 후의 나의 평가이다. 사실 여러 평론가들이 이 책에 대한 쓴소리를 뱉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책에서 다루는 깊이가 없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전개가 어떤 지식에 대한 다각도적인 통찰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 또한 맞는 말인 것 같다. 저자가 책에서 최대한 편견을 배제하려 노력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지식을 '얕게' 전달하는 방식은 확실히 '통찰'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주입식 교육의 향기를 맡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 대한 경계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물론 책 제목대로 얕고 넓은 지식이긴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2권의 책에서 다루는 총 10개의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서 '진리'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그 진리를 통해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1권의 역사, 경제, 정치, 사회 파트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보수와 진보라는 시대불변의 개념을 소개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선물한다. 삼십분, 한시간 단위로 살고 있는 '나'라는 개체가 줌 아웃(zoom out)되면서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와 현대에 이르르는 역사의 평행선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그 직선의 가장 오른편에 위치한 내 모습이 드러날 때, 비로소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윤리파트에서 제 2권으로 향하는 문을 한뼘정도 열어놓는데,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윤리라는 개념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세상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들의 윤리관이라는 생각과 함께, 비록 내가 아직 대단한 위치에 있는것은 아니지만서도, 나의 윤리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공대생이라는 변명으로 그동안 생각해보지않았던, 그럴 기회도 많지 않았던 나였기에 더욱 값진 경험이었다.

2권에서는 저자에게 본격적으로 '진리'라는 하나의 거대한 줄기를 구체적으로 제시받고, 그 줄기를 타고 뻗어있는 다른 여러 분야들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가 진리를 찾아내는 것임을 받아드리고 나니 죽기전에 진리에 더 가까이 도달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났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너무나 많이 사용되는 진리라는 단어의 무게와 신비함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알고 싶긴 했지만 왠지 어렵고 심오하여 섣불리 나설 용기가 생기지 않았던 철학과 예술, 종교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굳이 깊고 어려운 내용까지 가고싶진 않고 그 거대한 분야들의 중심 개요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좋은 도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로 채사장이 자기 해석대로 풀어내는 책의 내용을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책을 덮어버리면 안될 것 같다. '이렇구나'가 아니라 '이렇게 해석할 수 도 있구나'가 이 책을 읽는 바른 자세로 보인다. 이런 부분 때문에 해당분야에 깊은 통찰을 이미 가지고 있는 몇몇 비평가들의 걱정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읽은 좋은 책인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이 책으로부터 알게된 세상의 개요 중 흥미가 생기는 하나의 파트를 골라 얕은 지식을 깊은 지식으로 바꿀 열정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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