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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간은 필요없다 - 제리 카플란

글로벌한량 2016. 3. 16. 11:35




인간은 필요없다 - 제리 카플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요 며칠새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절정에 다다랐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아직 완전히 분야를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 한달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던 인공지능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 굉장히 신기하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인디가수가 갑자기 인기를 얻을 때 느끼게 되는 일종의 왜곡된 박탈감이 생기는 것 같다. 아직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 1대국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 나는 인공지능 관련서적을 검색하다가 전공적인 접근이 아닌 미래전망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고 꽤나 공격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에 끌려 선뜻 구매버튼을 눌렀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기분은 정말 특이하다. 우리에게 필히 닥쳐올 'AI 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미래'에 대해 깊은 전공적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제시하는 작가 제리 카플란의 예상은 상당히 그럴듯했고 이에 나는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 되었던 부분은 그가 말하는 부자와 서민의 소득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럴듯했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시장들은 쉽게 독점이 가능하고 그렇게 한번 독점이 이뤄진 시장은 그 주인이 바뀌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이 말은 지금도 힘들게만 느껴지는 "열심히 하면 너희도 상류사회로 올라갈 수 있어!"라는 말이 정말 아예 얼토당토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작가가 비유했던 피라미드의 예도 크게 와닿았다. 이집트의 국민소득은 대부분 파라오에게 돌아갔고 파라오가 원했던 '피라미드 사업'에 나머지 국민들의 노동력을 다시 사들였다는 것은 현재 소득 상위 0.1%의 부자들이 다른 40%의 사람들을 고용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는 현재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억만장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분야가 발전하는 듯한 기분은 예전부터 들고 있었다. 아마존의 회장 제프 베조스의 '우주관광 사업'이 그 예라고 할 수있다. 이전에는 학문적 열의나 산업적 가치가 있는 공학계열이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달리 흘러갈 수도 있다. 어느 억만장자가 합법적으로 마약파티를 하고싶어서 '중독성 없고 인체에 무해한 환각제'에 투자하겠다 하면 그쪽 분야가 급성장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가 '그나마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말로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회 체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 공장의 완전 자동화로 인해 대다수 공산품의 'dark factory'가 가능해지면 더이상 사람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올테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일반적인 사람의 노동력은 기계에 비해 부정확하고 느리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시대가 올것이다. 그렇게되면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면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나머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정책들도 만들어질테고 그때는 '기초생활 수급'따위의 소수를 위한 복지로는 턱없이 부족해져 사회 전반적으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할것이다. 일을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참 좋아보이지만 인간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확연이 생겨날 '소득 계급'을 상승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시대가 오기전에 비교적 평등한 조건에서 이제껏 살아왔고, 머지않아 다음 시대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커다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이기적이고 오만하며 기회가 박탈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도와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인간이 필요없는 시대가 왔을 때 남은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런 시대를 대비하여 내가 해야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만약 정말로 이러한 거대한 변화들이 코앞에 닥쳐있다면 앞으로의 5년, 10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았다. 특히 인생의 커다란 일을 만날 때는 더욱이 그랬다. 내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일정이 잡힌 것은 우연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뜨거워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회사와 정부의 투자를 이끌게 되면 만약 내가 내년부터 다니게 될 대학원에서는 더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사실은 이런 이슈가 생겨도 기사 몇줄을 보고 그저 '컴퓨터한테 바둑 졌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보다는 뭔가 크게 다가왔다는 사실과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책을 읽으면서 고뇌해본 여러가지 새로운 생각들은 분명히 내 미래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나에게 지금은 인간이 필요없어지기 전에 인간을 필요없게 만들 그 학문을 공부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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