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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글로벌한량 2016. 3. 6. 17:29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저번 학기 중 문득 프로이트 무의식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에서 관련 서적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었는데 구매하자마자 친구가 학교 심리학 교양 수업의 참고도서로 필요하다고 하여 선뜻 빌려주고는 이제껏 잊고있다가 새로운 학기가 개강하고 나서야 책장을 펼쳐서 드디어 완독하였다. 

사실 프로이트 무의식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일반인을 위해 심리학 입문용으로 쓰여진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은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10가지 실험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저자 로렌 슬레이터의 훌륭한 대중적 문학작문능력이 나로하여금 책에 몰입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B.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7.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치료 - 모니즈의 뇌엽 절제술

모두 흥미로운 실험들이었지만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실험들은 

  •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 그리고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이었다.

사람들이 종종 자존심으로 뭉뚱거릴 수 있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지칭하는 인지 부조화. 나 스스로 과거의 내가 행했던 비이성적이고 얼토당토하지 않았던 몇몇 행동들의 이유를 이 이론에 적용하여 풀어보게 되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저 멍청해보이는 사건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하는 심리학자들에게서 알지 못할 존경심이 느껴지는 실험이었다. 뭔가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 지금은 내가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는 중이구나.' 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행동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브루스 알렉산더가 주장한 '중독은 약리적이유보다 상황적 이유가 크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쥐에게 코카인이 들어있는 물과 그냥 물을 주면 코카인이 들어있는 물로만 발걸음을 옮긴다는, 직관적으로 봤을 때 타당해 보이는 이 실험을 기어이 의심하고 끝내 실험을 당하는 쥐들이 작은 우리안에서 평생을 보내면서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는 결정적인 결점을 찾아내어 쥐를 위한 공원을 만들 생각을 해 낸 것이 대단하다. 행복한 환경에 놓인 쥐들은 약물에 의존한 쾌락과 환락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물은 쾌락으로 비롯된 행복을 가져다 주고 중독을 남겨놓지만 이 끈질긴 중독성 조차도 충분한 환경적인 요건이 갖춰진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물론 인간에게 있어서 완벽한 환경에서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는 사실상 힘들겠지만, 의식적으로 내가 지금 행복의 공원에서 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안정감과 충만함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주위에 산재한 매력적인, 하지만 내 자신을 깎아 내릴지 모를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멋지게 느껴졌다.

책의 후반부에 소개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사실 최근 몇년간 내가 나의 기억을 멋대로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는 했는데 이 실험을 보면서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내가 내 기억을 조작할 수 있겠구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우리가족이 시골에 살던 약 20여년 전, 눈이 많이 오던 날 우리가 살던 아파트 앞 논 위에서 아버지가 나를 줄이 달린 커다란 양동이에 태우고 썰매를 끌어주셨던 기억이다. 사실 나는 이 기억이 내가 직접 기억하고 있는 기억인지, 먼지가 수북히 쌓인 오래된 사진첩 속에 끼워진 그 당시의 사진을 보고 지어낸 기억인지 정확하게 구분한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모든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도 저주스러운 일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들을 기억화 하는 단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거나 없던 사실을 날조 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실령 무서운 일으로 느껴졌다. 가끔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의 행복한 순간이 찾아올 때,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애쓸 때가 있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순간에 나의 오감으로 전달된 모든 정보들을 컴퓨터가 하듯 정확하게 기억해 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기억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단 사실만큼은 아직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사실, 유래없이 치열한 현재의 경쟁사회와 그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놓인 나의 상황 덕분에 요즘들어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할 기회가 생기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의 현재에 대해, 인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진지충', '중2병', '오글거린다'는 말들이 생겨난 이후에는 이러한 생각을 하기도, 남들에게 말을 꺼내기도 더욱 껄끄러운 세상에 살고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인간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다룬 이 책과 함께 깊이있는 생각을 해 본 시간들은 참 좋은 기회였다. 

다음 책으로는 요즘 흥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AI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한다. <인간은 필요 없다 -제리 카플란>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에 따른 미래변화를 예측해보고 그 대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책인데 재미있을 것 같다. 아직은 학기 초라 전공적으로 바쁘지 않을 때니까 어서 충분히 독서를 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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