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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현실을 비추는 거울? 걱정 제조기?

글로벌한량 2015. 1. 22. 00:27


요즘 미생을 즐겨본다.

나는 종영된 드라마를 몰아보는걸 좋아해서 종종 한 드라마를 붙잡고 날밤을 새곤 하는데 이번 드라마는 미생이다.

올 초에 종영된 드라마인데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열풍이 불어서 지금 TV를 켜보면 광고들 중 반은 미생에 출연한 배우들이 독점하고있다. 방학이라 무료하던 차에 무슨 드라마인가 싶어서 현재 16화까지 시청했다.

드라마지만 보고있노라면 참.. 착찹한 마음이 먼저 나를 덮친다.

미생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많이 받으며 대세드라마가 되었는데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배경으로 종합상사의 직원들의 직장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하여 더욱 칭찬받고 있다.

그런데 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 나에겐 정말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생각했던 회사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과장을 비롯한 아래직원들에게 시도떄도없이 소리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기분나쁘게 툭툭 손지검까지 일삼는 마부장을 비롯해서 자기업무는 신입에게 미루고 신입의 공은 가로채는 못된 성대리같은 인물들과 함께하는 에피소드가 거듭될 때 마다 '하... 저런 분위기의 회사에서 고개숙이고 일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초중고 12년과 대학4년+a 를 더 다니고서도 따로 해야하는 취업준비.

그 모든 과정의 승리자가 목에 걸 수 있는 대기업 사원증.

그렇게 힘들게 입사한 회사에서 제대로된 사람취급을 못받으며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없던 걱정이 갑자기 덜컥 들기도 한다. 총 20화 길이의 미생에서 15화까지 시청했을떄까지만 해도 '회사가 정말 못됬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결국엔 회사 밖에 있을 '나의 일'을 찾아야겠구나..' 라는 결심을 다지고 있었지만 오늘 16화를 보면서 또 하나의 걱정이 추가되었다.



오차장의 퇴직한 선배가 퇴직금에 대출을 보태서 자영업을 하다가 말아먹고 다시 회사자리를 알아보면서 내뱉은 말,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충격적이다. 안일했던 생각을 다시한번 고쳐잡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대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또 한번 원망스럽다. 자유롭고 행복한 유년기 이후에 닥치는 고된 현실이라면 받아들일만 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잖은가. 뭣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제 무게보다 무거운 학업이라는 짐을 업고 쉬지않고 내달려 열어제낀 문밖에 전쟁터와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대기업들의 내수시장 차별을 비롯한 자국민 역차별 사례들을 접할때마다 우리나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마음을 짓눌러 가슴이 무겁다.


나는 힘들었던 수험생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대학 진학한 후부터는 막연하게 열심히해서 졸업만 하면 취업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미리 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드라마 미생에서 다시금 알게된 고된 현실에 대한 자각이 지금 나의 나태함을 깨부숴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안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따위는 하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나의 길을 걷는데 조금 더 힘을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 드라마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미생은 멀뚱멀뚱 서있던 내게 뜬금없는 출발탄 소리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출발탄 소리에 죽은시늉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출발해야한다면 지금 한걸음부터 떼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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